박사학위 꼭 따야 할까?
박사학위가 꼭 있어야 할까?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꼭 박사학위가 있어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어학당에서 가르치려면 석사학위가 있으면서 한국어교원자격증이 있으면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학위가 아니라 교사의 실력과 경험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어나 제2외국어를 할 수 있다면 한국어 교사 생활을 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런데 만약 대학에서 교수의 직위를 가지고 싶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 최근 베트남에서도 대학의 글로벌화, 선진화, 승격화를 진행하면서 학내 교수들에게 박사학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석사학위만 있어도 교수 임용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박사학위가 없으면 실력과 성과가 뛰어나도 승진에서 밀리게 되고 중요 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국내외 연구사업을 신청할 때 주관 기관에서 박사학위자를 연구 참여자의 기본 요건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베트남 교수들의 고민이 깊다.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대학원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교수도 꽤 많고 학교에서도 적극 지지하는 편이다.
박사과정이란 대체 무엇인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한국 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할 경우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친다. 2년 동안 학과에서 요구하는 수업을 듣고, 영어 시험과 제2외국어 시험을 통과한 뒤 KCI나 SCI와 같은 등재지에 소논문 1편 내지 2편을 등재해야 한다. 보통 KCI의 경우 2편을 등재해야 하고, SCI의 경우 1편을 등재하면 된다. 그리고 연구등록이라고 하는 제도를 신청해서 연구비 명목으로 70만 원~100만 원을 두 학기 내고 학위논문을 쓸 자격을 갖춘다. 지도교수와의 상의를 끝낸 후 ‘내가 이런 주제로 학위논문을 쓸 겁니다’하는 ‘예비발표’를 진행하고, 열라 열심히 학위논문을 써서 ‘내가 이런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습니다. 마음껏 지적해 주십시오’하는 ‘초록발표’를 한다. 이때 통과되면 지적받은 것을 최대한 반영하여 학위논문을 완성한 후 학위를 받으면 된다. 만약 통과를 못 했다면 한 학기 더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보완한 후 다시 ‘초록발표’에 도전해야 한다.
박사학위를 쉽게 따는 방법은?
많다. 소논문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 학위논문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만 해 보아도 이것을 비즈니스로 보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50만 원, 100만 원, 500만 원, 1,000만 원 등 다양하게 거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경로를 이용하면 수료 후 얼마 되지 않아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지도교수와 사이가 좋다는 전제에 말이다.
박사가 쉽게 된 이들의 슬픈 결말
쉽게 박사가 된 이들은 박사를 받은 후에 고달프다. 특히 이렇다 하게 사회생활 해 본 경험 없이 학사부터 석사, 박사까지 학위과정만 해 온 사람들일수록 운 좋게 교수까지 되었어도 이후에 학교에서 밀려드는 온갖 프로젝트와 연구 실적 압박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실력 있는 동료 교수에게 프로젝트 좀 끼워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학생의 논문을 훔쳐서 자기 이름으로 내거나 학생이 쓴 논문에 자기 이름을 얹거나 하는 불편한 일들로 교수 생활을 연명해야 한다. 박사까지 받았다는 것은 공부로 밥벌어 먹겠다는 것인데 박사과정 중 논문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고, 프로젝트에서 팀을 끌어본 적도 없으며, 연구사업을 신청해 본 적도 없고, 기업의 사업을 따 본 적도 없다면 앞날이 캄캄하다. 더군다나 공부만 해서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래서 학생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그것을 전공과 어떻게 엮어서 강의할 수 있는지 등은 고민할 능력조차 없다. 어렵게 박사를 받았다한들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역시 도태되고 실력이 들통날까 봐 늘 두렵다. 교수라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 자기 학문만 공부해서는 안 되고 세상 지식에도 눈을 밝게 둬서 학문이 세상에서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할 자신은 없는데 학력 세탁을 위해서, 뭔가 승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려는 박사라면, 게다가 그게 ‘돈도 안 되는 인문학 박사’라면 다시 한번 고민해 보라고 하고 싶다. 본인의 인생이 많이 고달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