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어, 배우기 쉬울까?
베트남어는 성조가 6개이다. 중국에서 유학할 때도 성조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성조가 4개인 중국어와 비교해 베트남어는 2개나 더 많은 것이다. ‘안녕하세요’ 뜻인 ‘xin chào(신 자오)’조차 모르고 베트남에 들어와 자음, 모음부터 익히기 시작해 이제는 제법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카페에 들어가 원하는 음료를 주문할 정도가 되었다. 엊그제 있었던 말하기 시험에서는 20점 만점에 19점을 받아 스스로가 꽤 기특했다.
베트남어는 중국어와 비교해도 배우기 까다로운 언어이다. 북부와 남부의 발음이 달라 같은 글자를 놓고도 소리와 성조가 달라지는데 남부에서는 6개의 성조 중 1개는 없이 5개만 반영해서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란다.(베트남어 선생님이 해 준 얘기다) 어휘에서도 북부에서 쓰는 것과 남부에서 쓰는 것이 달라 교재에 북부 사용 단어, 남부 사용 단어가 구분되어 있고, 베트남인들 사이에서도 발음 차이가 있어서 베트남어 수업 중 선생님이 특정 단어를 가리키며 본인은 이 단어 발음을 구분해 낼 수 없다고 고백한 일이 있을 정도였다.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울 때는 보통화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북부 것을 배울까, 남부 것을 배울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지만 베트남에서는 북부 지역 베트남어를 배우려면 하노이로, 남부 지역 베트남어를 배우려면 호치민으로 가는 것이 좋다.
베트남어와 중국어 중 뭐가 더 쉬울까?
어떤 분이 내게 베트남어는 한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어를 배웠으면 베트남어도 금방 배울 거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한 당신도 베트남에 8년째 살고 있으면서 제대로 된 베트남어를 하고 있지 못하므로 신빙성은 없다. 다만, 한자어 영향을 받은 한국어의 단어 중에는 중국어와 발음이 비슷한 것이 많은 것처럼 한자어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어 역시 중국어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적지 않다는 게 조금 위로가 될 뿐이다. 베트남어도 한국어처럼 소리글자여서 자음과 모음을 익히면 뜻은 몰라도 글자는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어순(문장에서 주어, 술어, 목적어, 수식어 등이 배열되는 순서)이 한국어와 다르기 때문에 한국어나 일본어처럼 조사(은/는, 이/가 등)와 어미(습니다/ㅂ니다, 아/어/여요 등)가 발달한 글자만 배웠던 사람이 중국어나 베트남어처럼 어순이 중요한 언어를 처음 배운다면 초급 단계가 괴로울 수 있다. 중국어를 배울 때는 글자와 발음과 성조를 다 외워야 해서 애를 먹었는데, 베트남어는 발음과 성조를 알면 글자는 절로 쓸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베트남어 실력을 빠르게 올리는 방법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교(인사대)에서 베트남어 수업을 듣는 동시에 베트남 현지 대학과 사설 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베트남의 현지 대학과 학원 등에서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베트남인들은 왜 한국어를 배우는지, 어떤 수업을 선호하는지, 수업 가격은 얼마인지, 한국어를 배운 후 어디로 취업을 하는지, 한국어 클래스 홍보는 어떤 경로로 무슨 내용으로 하는지 등의 현지 조사를 하면서 동료들과 꾸준히 논문 발표도 하고 있다. 홍콩의 한 외국어학교와도 온라인 한국어 강의 계약을 앞두고 있고, 대만 플랫폼에서 대만과 중국 대륙, 필리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온라인 한국어 강의도 하고 있다. 문제는 수업하랴, 논문 쓰랴, 현지 조사 기록하랴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는 것이다. 인사대 베트남어 수업은 오전 10시부터 11시 50분까지인데, 새벽까지 논문 쓰고,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 수업을 못 가는 일이 왕왕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 와서 한 달은 성실하게 개근을 하였는데, 점점 일이 많아져 수업에 빠지니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화베트남어와 온라인 베트남어 강의이다.
(개인적으로는 샤인탑 전화베트남어가 가격이 저렴하고 선생님들 수준이 높아서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
인사대의 베트남어 초급 강의는 영어로 진행이 된다. 기본 영어가 안 되면 베트남어 수업도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영어 실력이 엉망인 나는 학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온라인 베트남어 강의를 통해 한국어로 다시 공부를 한다. 그리고 발음은 전화베트남어를 통해 교정하고 그랩 오토바이 아저씨를 붙잡고, 카페 종업원을 붙잡고, 그날 배운 표현을 써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오늘도 그랩 아저씨는 많이 당황하셨다. 오토바이를 타는 동안 하고 싶은 말을 머리에 정리했다가 오토바이에서 내리면서 아저씨에게 맥락도 없이 뱉어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언어를 지식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언어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자전거를 운전하는 것처럼 기능이다. 언어 공부는 지식을 쌓는 게 아니라 기능을 훈련하는 작업이라 자꾸 해 봐야 는다. 많이 듣고 내 입으로 직접 뱉어보아야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한국인들의 특징은 머리로 이해가 되면 본인이 그 표현을 할 줄 안다고 오해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입으로 훈련되지 않았다면 한마디로 수월하게 나오지 않는다. 언어가 지식이 아니라 기능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