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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스피치를 위해 중요한 한 가지(part1)

by 눈떠베 2023. 7. 8.

누워서 연습하세요

 

연습할 때 누워서 해 보세요. 누우면 소리가 잘 안 나오는데, 누워서 발표해도 서서 할 때처럼 똑같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연습해 보세요. 어느 날부터 목소리와 속도에 여유가 생길 거예요.”

 

말하기 전국 대회를 앞둔 학생을 지도하면서, 중요한 스피치를 위해 내가 스스로를 훈련시켰던 장면들을 매일 복기하고 있다. 발표 연습을 시작하기 전, 발표할 무대와 청중과 심사위원들을 상상했고, 하게 될 손동작과 몸의 방향, 시선 등을 이미지로 떠올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를 믿는 마음

 

본인은 이미 전국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믿으세요. 발표 연습하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하세요. 앞에 청중과 심사위원이 있고, 본인이 무대 위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세요. 평가 받으려고가 아니라 베트남의 문화를 자랑하려고 나왔다고 생각하세요.”

 

.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학생에게 당부한 것처럼 스스로를 믿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베트남 전국 한국어 말하기대회는 9월이고, 앞으로 두 달이나 남았으므로 원고는 대회 직전까지 계속 더 좋은 쪽으로 수정될 것이다. 그사이 발음과 톤은 안정될 것이고, 표정과 제스처도 충분히 훈련될 것이다. 두 달은 완벽한 스피치를 준비하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관건은 학생이 자기를 믿는 마음이다. 본인이 이 두 달이라는 시간을 어떤 태도와 관점으로 겪어내느냐가 두 달 뒤 무대에서의 자기를 결정할 것이다.

 

육상대회부터 말하기대회까지

 

폐교 직전의 농촌 초중등학교를 다녔던 내게는 대회에 나갈 기회가 늘 넘쳤다. 재능 있고 똑똑한 친구들은 명문고 진학 준비를 한다며 학원에 가느라 바빴으므로 덜 재능 있던 내게 대회 나갈 기회가 몰렸던 것이다. 그래서 대회 시즌이 되면 어떤 날은 오전에 육상대회에 나갔다가 오후에는 웅변대회를 나가고, 어떤 날은 오전에 독창 대회를 나갔다가 오후에는 글짓기대회를 나가는 등 한 달에도 몇 번씩 대회를 나가느라 수업을 빠지는 날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꾸준하게 자주 나갔던 대회가 바로 말하기대회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수업에, 행정에 일이 많으셨을 텐데 개인 시간을 내 진심으로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하다. (당시엔 선생이 얼마나 일이 많은 직업인지 잘 몰랐다) 그때 대회를 위해 방과 후 교실에 남아 글짓기 연습을 하고, 운동장에 나가 발표 연습을 했던 경험이 살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주제에 맞는 글을 써내고, 몇백 명 앞에서 발표를 하고 상을 받기도 했지만 예선조차 통과 못하고 떨어지는 날도 있었다. 수상하면 수상하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배우는 것이 있었다. 눈으로 보고, 듣고, 쓰고, 말하면서 얻어지는 배움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고 온몸으로 흡수하는 것이라 힘이 세다. 그렇게 쌓은 힘이 대학 과제를 하고, 교생실습을 하고, 취업 면접을 보고, 거래처를 설득하고, 학회에 나가 발표하고, 그리고 심사 역들 앞에서 피칭을 할 때도 참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알 수 있다. 이 학생이 겪게 될 이 두 달은 겨우 전국 대회에서의 수상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아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 사람을 설득하고, 팀을 만들고, 그들과 일하고, 누군가를 밀어주고 끌면서 공동체가 함께 잘 살기 위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데 잘 벼린 무기로 쓰기 위해 쌓는 시간이다. 지금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보다가 문득, 스치는 바람에 문득 그날 대회장에서의 공기가, 청중들의 말소리가, 마이크의 무게가 눈앞에 펼쳐지며 나도 모르게 깨달아지는 어떤 것이 있을 것이다.

 

그대의 시간에 기꺼이 동참하여

 

이 학생의 지도를 부탁받았을 때 흔쾌히 하겠다고 답했던 이유는 이 친구의 수상을 바라서만은 아니었다. 교내 예선에서 A4 두 쪽 원고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외워서 교수들의 눈을 똑바로 보고 발표를 하는 이 친구의 모습을 보니, 나중에 사회에 나가 뭔가 일을 낼 재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멋지게 성장할 한 사람의 인생에 내가 잠시나마 참여하여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 내 선생들이 내게 했던 것처럼, 내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쏟아부어 줄 생각이다.